은혜를 아는 삶

삼라만상 산천초목은 상서로운 빛을 받아 싱그러움을 더하고 그 대지 위에 성인(聖) 중에 성인께서 지금 오십니다. 이 사바의 그 어떤 생명의 빛보다 찬란함으로 아름답게 오신 부처님을 합장 공경하며 기쁜 마음으로 맞이합니다. 오늘은 사월 초파일 ‘부처님 오신날’입니다.

작년에 찾아온 불청객 ‘코로나19’로 온 국민이 큰 고생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모두가 어려운 가운데 힘을 보태고 참고 견디면서 슬기롭게 위기를 잘 극복해 왔습니다.

그리고 점점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새로운 시대에 대한 기회의 계기로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4월 초파일은 부처님께서 온 중생을 구원하시고자 일대사(一大事) 인연(因緣)으로 오신 참 뜻을 기리는 기쁜 날입니다만, 오늘 새삼 조심스런 마음으로 4월 초파일 봉축법요를 봉행합니다. 법요식 법당과 도량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생활 방역의 규칙을 준수하면서 ‘부처님 오신날’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정토사에서는 연등공양을 공양 발원하고 “국가의 안녕과 평화를 위한 발원‘의 보름 기도를 입재하여 그 동안 기도 정진을 모셨습니다. 그리고 오늘 봉축일을 맞아 기도를 희망합니다. 비록 길지 않은 기도 발원이었지만 지극한 마음으로 봉행하였습니다. 이 기도의 공덕으로 하루빨리 코로나19의 전염병으로부터 온 인류가 빠른 치유와 면역력의 완성으로 안락한 삶이 이루어지길 희망합니다. 더 나아가서 자유와 평화가 충만하길 축원합니다.

부처님께서는 ‘무량수경’에 사바세계의 중생을 살아가는 방편이 옳지 않으며, 바른 생각으로 살아가지 쉽지 않으며, 가족이나 이웃 친지 간에 서로 돕고 사랑하며 살아가기 어려우며, 나라의 위계질서와 사회구성원들 간의 조화로운 운영과 협업이 쉽지 않는 일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다시 말해서 오탁악세(五濁惡世)에서는 서로 믿고 아끼고, 사랑과 평화로운 공존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점점 세월이 지나갈수록 게으르고 포악하며 진실하지 않게 되어 삶 자체가 가벼워질 수밖에 없다고 법문주십니다.

우리는 이런 위기의 시기에 참으로 다행스럽게 부처님을 만나서 불법을 배우고 실천하고자 하는 불자의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모릅니다.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타인의 삶의 가치를 가볍게 여기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불교에서는 네 가지 큰 은혜를 깊이 생각해 보라고 법문합니다. 첫째는 ‘나라의 은혜’, 둘째는 ‘부모님의 은혜’, 셋째는 시주(施主)의 은혜, 넷째는 중생(衆生)의 은혜입니다.

우리는 아름답고 좋은 나라에 살고 있으며, 부모님의 은혜로 이 세상에 태어나 성장하고 공부를 해서 사람 노릇을 하고 있으며, 사회 곳곳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와 여러 인연이 있으며, 같은 말과 생활방식을 공유하며 이웃과 벗들 그리고 곁에 불자(佛子)가 있으니 참으로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늘 부처님은 네 가지 은혜를 잊고 사는 우리들 곁에 빛으로 오셔서 살려지고 있는 은혜를 자각하는 사람이 진정 행복한 인간임을 일깨워 주십니다.

불기 2565년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모든 불자님께 부처님의 지혜광명 밝게 빛나 마음 속에 지닌 소원 원만성취 되고, 우리나라의 안녕과 국운 융창을 기원합니다.

양재봉 기자 yjb66@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