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冥想)으로 참사랑을 확인하다

용면 쌍태리 추월산 아래 포근히 자리한 죽림정사(竹林정사). 우리나라 전문지리의 원조라 일컫는 도선국사 결록에 담양 추월산하에 성인이 증출한다는 대명지가 있다고 전해 지는데 그곳이 바로 ‘죽림정사’라고 스님들은 믿고 있다. 명상으로써 치유하는 도량을 꿈꾸며 주지 소임을 성실히 수행 중인 지홍스님을 본지가 만났다. 지홍스님은 전남대학교 국문학과를 나와 동국대학교 불교대학원 명상상담심리학과를 졸업했다. 현재 죽림정사에서 일요법회 지도법사로 있으면서 다양한 명상상담 프로그램 경험을 바탕으로 자기치유를 통한 수행불교 연구와 그 실천을 위해 정진하고 있다./편집자 주

■ 나는 누구인가?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어느 한 가족의 일원으로 소속됩니다. 그리고 성장하면서 사회의 한 일원으로서 역할을 맡게 됩니다. 자식으로서, 부모로서, 배우자로서, 친구로서, 직장인으로서 그렇게 사회가 부여한 역할을 살아내느라 우리는 저마다 최선을 다해 살아갈려고 합니다. 그러다 어느 날 삶에 위기가 오거나, 몸과 마음이 병이 들 때 자신과 맞닥드리게 됩니다.
나는 누구지? 나는 왜 살지?
저 또한 삶의 위기에서 이런 물음 앞에 서게 되었습니다. 평소 나를 지탱해 주었던 신념들이 제 자리를 잃고 비틀대며 어지러워 엄청난 혼란으로 무엇을 해야할지, 어디로 가야할지 삶의 방향을 잃고 있을 때 불교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나를 정확히 알아야만 내 마음을 통해서 펼쳐지는 삶도 제대로 이해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출가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자기 자신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자신이 뭘 안다는 생각 때문에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출가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자기 자신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자신이 뭘 안다는 생각 때문에, 자신을 알고 있다는 마음에 더 이상 자신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고 소홀할까봐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고 우리에게 요구한 것 같습니다.
자신이 무지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자신을 알아가는 출발점입니다. 내가 뭔가를 안다는 생각의 틀은 하나의 닫힌 생각으로 나의 성장을 방해합니다. 나는 ‘나를 모른다’라는 사실을 인정할 때 우리의 의식은 확장되어 무한히 열려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일본의 도겐선사는 불교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불교를 안다는 것은 나를 아는 것이요
나를 안다는 것은 나를 내려놓는 것이요
나를 내려놓는 것은 일체와 친해지는 것이다”

■현대인들에게 명상은 어떤 의미인가?
현대인은 사는게 바쁨니다. 욕망을 자극하는 환경에서 옆사람과 경쟁하며 사느라 목과 마음이 분주합니다. 그래서 심신은 일에 대한 압박과 불안정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늘상 스트레스 상태 속에 있게 됩니다. 몸과 마음을 쉬게 하는 명상이 현대인에게 관심의 대상이 되고, 그러한 욕구가 점차적으로 고조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지금 우리는 그 어느 시대보다도 풍요로운 물질적인 풍요를 누리고 있지만 예전만큼 행복하지는 않습니다. 우리 대부분은 비교에서 오는 상대적인 박탈감에 시달리며 그 욕망을 채우느라 자신을 혹사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죽림정사 신도님 가운데 시설하우스를 하는 부부가 있는데, 거의 날마다 일에 파묻혀 사십니다. 결혼한 자식에게 빚을 얻어 집을 사주고 그 빚을 갚느라 애쓰며 사시지요. 제 마음 같아서는 땅이 많으니까 그것을 팔아서 빚을 정리하고 건강도 안좋으니까 일감을 줄였으면 싶은데...
그것이 마음대로 안 되는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이 볼 때는 열심히 사시는 분이라고 칭송할 수도 있겠지만 저에게는 자신의 그 무언가를 채우기 위한 힘겨운 몸부림이라 느껴져 안타까움이 많습니다.
몸은 때가 되면 성장합니다. 그러나 마음은 저절로 성숙되진 않습니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서 마음에 관심을 갖고 이해심이 체험되어져야 몸과 마음을 통합하여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우리는 수많은 생을 ‘나의 생각’, ‘나의 감정’ 하면서 반복하는 습관속에서 살아 왔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이런 ‘나’가 ‘조건에 의해 쌓임으로 이루어진 에너지 덩어리일 뿐이다’라고 하셨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나’라는 존재는 색수상행식 오온의 쌓임으로 이루어진 가짜의 ‘나’이지만 그런 나를 의식화 하지 않고는 그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습니다. 현재의식은 나를 대변하는 데에 있어서 빙산의 일각일 뿐입니다. 그 아래 거대한 내가 모르는 나, 무의식이 존재하며 그 힘에 끄달려 우리의 삶이 조정 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불교에서는 이를 업력이라고 합니다. 우리의 마음이 밖의 경계에만 관심이 있다면 우리 내면의 소리는 들리지가 않습니다. 자신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 자각할려면 밖으로 치닫는 마음을 멈추고, 한 걸음 물러서서 자기를 찬찬히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먹고 사는 문제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다 만족될 수 없는 것이 인간입니다. 잠시 멈추고, 지금 진정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자문해 보아야 합니다. 그럴려면 혼자만의 휴식과 사색이 필요합니다.
명상을 통해 깨어있는 의식으로 자기 내면의 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그러면 선입견이나, 편견으로 뒤틀리며 막혀 있는 그것이 보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들을 편안하게 받아주면, 비로소 막히고 굴절되었던 에너지가 시원스럽게 뚫려 현재에 깨어있는 의식으로 대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우리는 그 모든 가능성을 지닌 공성의 존재다
가정에서든, 직장에서든 우리 대부분은 능력있고 좋은 사람이고 싶어합니다. 사회적인 존재로서 타인으로부터 인정받으며 사랑받고 싶은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의식이 그 속에만 갇혀 살게 되면 우주 자연 속에서 살아 숨쉬고 있는 생명으로서의 자신의 존재를 만날 수 없습니다.
우리는 하늘, 땅, 공기, 바람 등 자연이 준 혜택 속에 밥을 먹고,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만약 이러한 것들이 없다면 과연 나의 존재는 가능할까요? ‘사회 속의 나’를 뛰어 넘어 ‘우주 자연 속의 나’를 관조할 수 있어야 전체로서의 참가자를 만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언어를 통해 관계를 맺으며 소통합니다. 그러나 말은 사물을 고정된 실체로써 착각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어떤 관념에 사로잡혀 그것으로 자기의 상을 만들어 그 속에 갇히게 되면 전체로서의 참자기를 만나지 못하게 됩니다.
우리는 어느 하나의 상으로 고정된 존재가 아닙니다. 조건에 의해 그 어떤 상도 능히 드러낼 수 있고, 조건에 의해 그 어떤 모습도 능히 소멸할 수 있는 그 모든 가능성을 지닌 공성의 존재인 것입니다.
대중으로 있을 때 저는 탈권위적이며 이해심이 많았습니다. 주지 소임자로서 역할을 하다보니까 권위적이며 독선적인 부분도 없잖아 상황에 따라 개입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 인간으로서 저는 사랑이 많고 욕심도 많으나 수행자로서 저는 냉정하고 욕심이 별로 없습니다. 젊어서는 소심했는데 지금은 옛날보다는 대담하게 일을 잘 저지릅니다. 절에 일이 많으면 부지런하게 활동하고, 일이 없으면 편하게 지냅니다. 아낄 때는 아껴도 버릴 때는 과감하게 버립니다. 이렇게 저는 조건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자신을 자유롭게 드러내는 온전한 한 송이 꽃임을 느끼고 있습니다.
/대담=김관석 부국장

양재봉 기자 yjb66@nate.com